애플 이야기, 나에게 애품 제품의 의미애플 이야기, 나에게 애품 제품의 의미

Posted at 2010. 7. 24. 15:07 | Posted in Mac/MacBook Pro
계절학기가 어제 끝나고, 할일 없이 붕 뜬 상태가 되어 블로그에 폭풍 포스팅 중이다.

애플 제품이래봤자 여지껏 아이팟 터치 딱 하나 써봤다. 2008년 초에 1세대 8기가짜리 구입해서, 약 3달 정도 쓰고 헐값에 다시 되팔았던 것 같다.

그 전에는 닌텐도ds를 사가지고 게임용 및 동영상 감상용으로 사용했었다. 아 물론 화질은 매우 저질임. 화면 크기가 3인치 남짓 되는 정도였고 그냥 동영상을 볼 수 있구나 하는 정도였으니까.

게임도 몇번 하다보니 질려가지고, 첨단을 달리는 기계를 나도 한번 사용해보고 싶어서 아이팟 터치를 구입했다. 화면 크기도 3.5인치니 닌텐도보다 훨씬 넓어진 느낌이 났고, 다른 제품에서는 절대 느껴볼 수 없었던 섬세한 터치감을 접해보고 전율했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이 터치감이 내가 애플 빠돌이가 되게 만든 원흉인 것 같다.

<아이팟 터치>

아이팟 터치가 출시된 2007년 9월 즈음, 2007년 말부터 2008년 초까지는 아이팟 터치같은 형태의 기기가 존재하지 않았었다. 보통 아이팟이라고 하면 mp3플레이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터치를 조금만 사용해봐도 다들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건 mp3 플레이어가 아니라 준 pda급 장치라고.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엔 스티브 잡스는 그때부터 이미 지금의 밑그림을 다 그려놓았던 것 같다. 초기의 전화/문자 기능만 되는 휴대폰에서 이제는 카메라가 안달린 휴대폰이 없는 것처럼, 그런 시대를 지나서 휴대폰이 온갖 것들을 다 통합해버리고 있다. 휴대폰에서 인터넷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앱'을 통하여 그 기능이 무한대로 열려있다.

애플은 무언가 사용자를 사로잡는 재주가 있다. 혁신적이어서 그런가? 기존에 있는 제품들을 더 잘만들어서 성공하는 회사가 있는 반면, 애플은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킨다.

애플에게서 마음에 드는 점은 극도로 사용자 위주라는 것이다. 컨트롤이 매우 직관적이다. 이건 이러이러하면 되지 않을까? 이렇게 드래그 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거의 다 되는 편이다. 편리하다. 나에게는 이것이 엄청난 장점으로 다가온다.

<다양한 색상으로 무장한 아이팟 나노>

아이팟에서 터치휠이 도입되자, 많은 유저들이 좋은 평가를 보냈었다. 기존의 기기들은 버튼을 꾹꾹 눌러서 곡을 찾는 반면, 아이팟은 부드럽게 터치휠을 굴리면서 곡을 찾을 수 있었다. 빠르고 편리하며, 세련되기까지 했다.

아이팟터치로 오면서 터치 기술은 극대화되었고, (애플은 상당수의 터치 기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맥북에서는 마우스보다 터치패드를 사용하는게 더 편하다고까지 한다. 한손가락, 두손가락, 셋, 네손가락의 기능이 모두 다르다.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기기를 조작할 수가 있다.

그러나 동전에도 앞뒤가 있는 것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많다. 먼저 스티브 잡스의 독단적인 태도이다. 위에서 철저히 사용자 위주로 설계하고, 어떻게 하면 편리할까 고민을 많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선택의 강요가 포함된다. 애플에서 선택한 것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아이폰 어플을 개발할 때 지정된 인터페이스를 벗어나거나, 기준에 맞지 않는 컨트롤 방식들은 모두 기각(reject)된다.

<그는 왜 항상 같은 옷을 입는가?>

또 애플의 모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는 폐쇄적이다.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하게 출시되는 PC와는 달리 맥(Mac)은 애플에서만 생산되고 판매되는데, 이것은 제품의 세부 사양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없다는 결과를 낳는다. 제품군별로 적게는 단일 모델, 많으면 2-3가지 세부모델이 존재하고,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봤자 메인 프로세서, 램, 하드디스크 정도만 교체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을 무조건 단점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선택을 강요하는 것인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의 대립구도를 살펴보면, 안드로이드는 프로그램 소스가 다 공개되어 있고 유저의 입맛대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가능한 반면, 애플은 모두를 철저히 자사의 규정대로 처리한다. 아이폰 어플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만 등록할 수 있다. 애플의 수익모델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어플이 기각당한다.

단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제품 자체의 측면에서 벗어나도, 애플의 그 독단적인 태도를 찾아볼 수 있다. 스티브 잡스는 항상 '우위의 입장'에서 요구를 하고, 협상을 한다. 그 대상은 무언가 강요당하는 듯 하고 손해를 받는 느낌이다. 얼마전 하청업체인 폭스콘(Foxconn) 직원들의 잇따른 투신 자살이 지나치게 과도한 업무 강도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아이폰 출시가 까다로운 이유 중 한가지도, 애플이 우리나라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 자사의 특이한 A/S 정책을 굽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SK는 이 모든 부분에서 한수 접어주고 아이폰을 도입한 KT에 대해 '굴욕적'이라고 언급했다.

<좌측은 미국, 우측은 우리나라의 구글 초기화면>

애플의 태도는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보인 태도과는 대조적이다. 검색의 생명은 '속도'이므로, 구글에게는 화면에 검색창과 최소한의 텍스트만 있어야 한다는 고집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이 포털사이트에서부터 시작한다는 특성 때문에 네이버나 다음으로부터 점유율을 조금도 가져올 수 없게 되자, 우리나라의 구글 초기화면에서는 검색창 외에 인기 토픽 및 인기 블로그 등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용자의 선택이다. 폐쇄적인 애플의 행보는, 90년대에 한번 그랬던 것처럼 다시금 몰락하게 될 것이고 개방적인 구글이 결국 성공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물론 아직은 아이폰 쪽이 우위에 있다.)

다수의 이용자의 선택을 받는 쪽이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정보와 판단력이 필요하다. 상업성 속에서 조작된 정보들의 범람에 수몰되지 않고 주체적인 판단을 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났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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